본문 / 신명기 1 : 1 ~ 8

신명기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고별설교다. 모세는 출애굽부터 시작하여 광야 생활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이끈 지도자였다. 모세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가나안 땅 진입부터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이끈다. 이제 모세는 이스라엘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 모세는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꼭 기억해야 할 말씀을 전한다. 이를 기록한 것이 신명기다.

신명기는 34장으로 되어 있는데 크게 4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과거 역사의 회고 / 1~4장

2) 율법의 요약 / 5~26장

3) 언약의 체결 / 27~30장

4) 모세의 마지막 행적 / 31~34장

모세가 신명기 말씀을 전하는 대상은 출애굽 2세대, 3세대들이다. 이들은 주로 광야에서 태어났기에 출애굽으로부터 시작된 지난 역사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래서 모세는 이들에게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주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된 이스라엘은 하나님 말씀으로 살아야 함을 주지하고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전한다.

모세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핵심을 알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 살아야 함을 분명하게 심어준다. 이 의식이 분명할 때 이스라엘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되게 살며 하나님이 주시는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신명기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백성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하며, 이 말씀을 따를 때 거룩한 빛의 자녀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하나님이 주시는 복된 삶에 이를 수 있다.

오늘 본문은 신명기의 서론에 해당한다. 서론에서 모세가 이 말을 전하는 장소가 어딘지를 밝힌다.

1절. “이는 모세가 요단 저쪽 숲 맞은편의 아라바 광야 곧 바란과 도벨과 라반과 하세롯과 디사합 사이에서 이스라엘 무리에게 선포한 말씀이니라”

여러 지명이 나온다. 이곳에서 모세가 말씀을 선포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지명들이 광범위하다. 5절을 보면 “모세가 요단 저쪽 모압 땅에서 이 율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말씀을 선포한 곳이 정확하게 어디일까? ‘모압 평지’다. 1절에 나오는 여러 지역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이후 지금까지 거쳐온 지역들이다.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율법을 전한 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계속해서 전하였던 것을 마지막으로 모압 평지에서 선포하였다. 모세는 하나님이 맡긴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한 번 전하고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였고,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도 말씀을 선포하였다. 모세는 하나님이 맡기신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모세가 신명기 말씀을 전한 때가 언제인지 말한다.

3절 “마흔 째 해 열한 째 달 그달 첫째 날에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자기에게 주신 명령을 다 알렸으니”

신명기 말씀을 선포한 때는 출애굽 40년 11월 1일이다. 출애굽한 지 40년이 지나서 모압 평지에 이르러 가나안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절을 보면 ‘호렙 산’에서 ‘가데스 바네아’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나온다. 열 하룻길이다. 열 하룻길을 걸어가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데 40년이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가데스바네아’에서 정탐군을 보냈다가 그들의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간담이 녹아내릴 정도로 두려워하여 가나안 진입을 포기하고 결국 40년간 광야생활을 하였다.

출애굽 1세대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그들의 불신앙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수많은 기사와 이적을 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각으로 판단하였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으로 들어가라 그리하면 그 땅을 차지하게 되리라 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에 거주하는 아낙 자손과 높은 성을 보고 자신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을 원망하며 애굽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을 보면 신앙과 불신앙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출애굽에 참여하였다. 홍해 바다를 건넜다.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그리고 가나안 입구 ‘가데스바네아’까지 왔다. 이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나안 진입을 앞두고 가나안으로 들어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전쟁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전쟁에 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포기하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자 했다. 여기서 이들의 불신앙이 드러난다.

믿음을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외줄타기 곡예사가 깊은 강을 밧줄 위를 걸어서 건넌다. 건널 때 혼자서 가지 않고 바퀴가 달린 수레에 원숭이를 싣고 외줄을 건넜다. 이를 보여준 이후 관객들에게 물었다. 내가 사람을 태우고도 이 강을 건널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사람들이 당신은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때 곡예사가 “이 수레에 타신 분은 손들어 보라” 하였다. 그러자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맡길 정도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앙은 지적 동의가 아니다. 신앙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하고 예수님께 주권을 드리는 것이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이다.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느냐 순종하지 않느냐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을 보면 이들은 많은 핍박을 받았다. 핍박 때문에 고향을 떠나 디아스포라 난민으로 살았고, 많은 사람이 순교를 당했고, 어둡고 습한 카타콤 동굴 같은 열악한 곳에서 살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이 분부하신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였다.

믿음의 사람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다. 놀라운 사실은 교회의 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만큼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된다.

교회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가족 같은 교회, 기쁨이 넘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냉랭하고, 성도들이 분열되어 신경전을 벌이고 싸우는 교회 같지 않은 교회가 있다. 그 차이는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느냐 순종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면 11일 만에 들어갈 수 있었던 축복의 땅 가나안을 믿음이 없어 40년이나 걸려 2·3세대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교회가 진정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와 같은 좋은 교회로 세워지길 바란다.